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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 선량한 힘을 발휘하는 사회 구조의 중요성
    심리 2025. 3. 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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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 개념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개념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악행에 가담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며, 동시에 어떻게 우리의 선량한 본성이 발현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아렌트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관찰하면서, 악이 특별한 괴물이나 사악한 의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하지 않음, 즉 '사유의 부재'에서 비롯됨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침이 됩니다.

    악의 평범성 - 한나아렌트 ⓒ정신의학연구소(주)

    악의 평범성: 생각하지 않는 평범함의 위험

    한나 아렌트는 1963년 출간한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주관했던 만큼 매우 사악하고 악마와 같은 사람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가 오히려 아주 친절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1. 공개재판에서 아이히만은 그동안 저질렀던 악행들에 대해, 본인은 그저 자신의 상관인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지시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일관했습니다1. 아렌트는 이러한 아이히만의 모습을 통해, 악이 특별한 악의나 사악한 본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무능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렌트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매우 근면한 인간이었습니다. 그의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었지만,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6. 그는 타인의 입장과 자신의 행위에 대해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이 결정적 결함이었습니다5. 이러한 '생각의 무능'은 이성과 보편적인 공감 능력을 마비시키고, 말하기와 행동에서의 무능을 낳게 됩니다5. 아이히만과 같은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엄청난 악행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고민하던 중, 한나 아렌트가 떠올린 개념이 바로 '악의 평범성'입니다. 즉, 아이히만과 같은 선한 사람들이 스스로 악한 의도를 품지 않더라도,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여기며 행하는 일들 중 무엇인가는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1.

    사회적 구조와 악의 평범성의 관계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행동은 강한 명령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각자의 본성과 자유의지는 권력에 의해 무시될 수 있으며,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사회의 목표나 지시가 개인의 양심, 도덕적 가치관보다 우선시됩니다. 이런 사회는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의 집단을 넘어 구성원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실체로 해석되며, 이 과정에서 개인은 사유 능력을 잃고 사회에 종속됩니다2.

    역사적으로 악의 평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특히 군 조직과 같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하게 자리잡은 곳에서는 더욱 심합니다. 가까운 역사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국민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른 군인들의 사례가 있습니다1. 또한 학교, 직장 등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의 따돌림과 괴롭힘의 문제에도 악의 평범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분위기가 특정인을 괴롭히고 따돌리는 방향으로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기계적으로 해당 분위기에 맞는 행동들을 하게 되고, 결국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1.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구조는 개인의 도덕적 판단과 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전체주의, 독재 정권하의 사회는 악의 평범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회입니다. 강하게 세워진 수직 권력 구조에 속한 개인은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야만 하며, 이는 그 사회의 규범으로 개인의 행동을 제한하고 사고의 주체성을 빼앗습니다2.

    사유하는 능력의 중요성과 사회 구조

    아렌트는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악에 가담한 자들과 저항을 선택한 자들의 차이는 '사유'에 있으며, 스스로 사유하는 사람들에게 '저항'은 평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8. 아렌트가 생각하는 사유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내적 경험으로, 끊임없이 주변 상황과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이 살면서 하는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로 구분하였습니다.

    • '노동'은 생존과 욕망 충족을 위해 행하는 육체의 동작
    • '작업'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일의 재미와 일정한 명예를 바라며 수행하는 제작 활동
    • '행위'는 개인의 욕망과 필요를 넘어 공동체 속에서 어떤 대의를 위해 하는 행동7.

    아렌트는 이 중에서 '행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는 공적 영역에서의 참여와 발언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선량한 힘이 발휘될 수 있는 사회 구조의 조건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바탕으로, 우리의 선량한 힘이 발휘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첫째, 사회는 개인의 비판적 사고와 독립적 판단을 장려해야 합니다. 아렌트가 강조한 것처럼, 악의 평범성은 '생각하지 않음'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 사유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부터 다양한 사회 제도까지 모든 영역에서 독립적 사고를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둘째, 공적 영역에서의 참여와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렌트는 인간의 행위 중에서 '행위(action)'를 가장 중요시했는데, 이는 공적 영역에서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집니다7. 따라서 시민들이 공적 담론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셋째, 조직과 기관의 구조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넘어 구성원 각자의 도덕적 판단과 책임감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군대나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도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도록,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넷째, 다양성과 복수성(plurality)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아렌트는 인간의 복수성(Human plurality)이 정치적 삶의 기반이 된다고 보았습니다2.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공존하고 상호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자리잡기 어렵습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적용과 도전

    현대 사회에서 악의 평범성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체육계 성폭력 사건, 조직 내 따돌림, 관료주의적 무책임 등의 문제는 모두 '악의 평범성'의 현대적 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6.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결여가 아니라, 그러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아렌트의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사회의 도전 중 하나는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확대입니다. 아렌트는 '사회적인 것'이 권리와 인간 존엄성의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인 정치적 행위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인권과 인간다움(humanity)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았습니다4. 이러한 관점에서, 인권의 정치는 단순히 주어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성립된 법적・제도적 규칙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고, 정치적 행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필연성이나 관료적 통제와 같은 사회구조적 조건의 변화 가능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됩니다4.

    선량한 힘의 발현을 위한 사회적 책임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 개념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것은 단순히 선악 개념의 확장이 아닙니다. 그녀는 '생각의 무능', '언어의 무능', 그리고 '행동의 무능'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하며 경고합니다. 악한 사회는 생각하지 못하는 개인에 의해서 완성되며, 그들은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고, 그렇게 완성된 악한 사회는 다시 개인을 타락시킵니다. 절대악으로 이어지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끊임없는 성찰과 집단의 성숙을 꾀하는 적극적인 행동밖에 없습니다2.

    결국, 우리의 선량한 힘이 발휘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비판적 사고능력 함양과 함께, 그러한 사고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공간의 확보가 필요합니다. 또한, 조직과 제도가 개인의 도덕적 판단과 책임감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며, 다양성과 복수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아렌트가 말한 것처럼, 성찰하지 않는 인간이 어떤 가공할 결과를 초래하는지, 서로 죽고 죽이는 폭력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아이히만의 사례는 잘 보여줍니다5. 이러한 교훈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여, 우리 모두가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며,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Citations:

    1. https://ko.wikipedia.org/wiki/%EC%95%85%EC%9D%98_%ED%8F%89%EB%B2%94%EC%84%B1
    2. http://times.kaist.ac.kr/news/articleView.html?idxno=4184
    3.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38883.html
    4.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47226
    5.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20042942121
    6.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8998
    7. https://blog.naver.com/yzlee1941/221699624262?viewType=pc
    8. http://m.pck-goo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300
    9. https://www.youtube.com/watch?v=K7muj9zG-us
    10.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02822
    11. https://brunch.co.kr/@kosinsong/866
    12.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75319
    13.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405254
    14. https://www.youtube.com/watch?v=ofj4YwDhTII
    15. https://www.gos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928
    16. https://dbr.donga.com/article/view/1303/article_no/2096/ac/series
    17. https://builder.hufs.ac.kr/common/downLoad.action?siteId=gpi1&fileSeq=33899662
    18. https://blog.naver.com/artnbooks/22298873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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